영화 겜블(Rogue Trader, 1999)의 실제사건이기도 합니다.
ING베어링스증권 (ING Barings)
개요 :
네덜란드의 ING에 속한 영국의 증권회사.
국가 : 영국
업종 : 증권
설립일 : 1760년대
본사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한국지사 : 서울
내용 : 기업·국제금융과 주식업무 등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증권사로, 1760년대에 설립하였다. 영국의 베어링스그룹이 파산하자 1995년 네덜란드 최대이자 세계 10대 금융전문그룹에 속하는 ING가 베어링스증권, 베어링스자산관리회사, 재정자문회사인 브라더스 등 모든 자회사와 함께 1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떠맡는 조건으로 단 1파운드에 인수하였다.
4개 사업부문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세계 49개국에 89개 사무소가 있고 직원은 9,331명이다. 1980년대 아시아의 주식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아시아 전역에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한국·홍콩·싱가포르·필리핀·타이완·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 60개 증권거래소에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국에는 1986년 진출하였고, 1995년 외국 금융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북한에서 합작회사를 설립하였다. 본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런던, 한국지사는 서울특별시에 있다.
1. 베어링은행 사건
1) 사건의 개요
1967년 가난한 집의 맏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한 닉 리슨은 1987년 유망한 은행 중의 하나로 꼽히는 모건 스탠리의 선물 및 옵션 결제부에서 2년 간 경력을 쌓은 후 1989년 베어링 증권사의 결제부 직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베어링 은행 싱가폴 국제통화거래소 개설과 함께 선물 및 옵션 거래 딜러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싱가폴 지점 개설 초기였으므로 주변 상황이 열악하였고 인력이 부족하였으므로 그는 선물거래의 지휘와 거래의 결제, 기록 업무를 모두 맡았다. 또한 본사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닉 리슨의 능력을 과신하여 업무 보고체계도 제대로 확립하지 않았다. 그는 한도 내의 거래손실 발생시에 이용토록 되어 있는 본사의 에러계좌 말고도 88888이라는 에러계좌를 만들어 계속되는 부하직원들의 실수와 닉 자신의 실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무모한 거래와 계약으로 눈덩이 처럼 불어난 손실을 은닉했다. 결국 이 88888계좌의 손해액은 1995년 베어링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갔다.
2) 싱가폴외환시장(이하 사이멕스)상황과 베어링 퓨쳐스 싱가폴의 거래형태
- 베어링 싱가폴 외환 거래팀은 니케이 225지수*의 선물의 계약건수*를 주목, 주로 거래하였는데 선물계약은 증권거래소에 소정의 증거금을 내고 그 한도내에서 거래하도록 되어있다. 선물 가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니케이 지수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게 되며, 이 때문에 가격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다. 선물계약과 니케이 지수는 같은 선에서 폭넓게 이동하지만, 시차와 선물 시장 내의 변동 요인이 많기 때문에 선물계약은 지수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불안정했다.
- 베어링 퓨쳐스 싱가폴의 거래는 대개 단순하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예를 들면 사이멕스에서는 어떤 선물이 18,580에 '팔자(offer)'가 나오고 오사카시장에서는 18,590 '사자(bid)'가 나왔다면 싱가폴시장에서 사들인 만큼 동시에 오사카에서 매도하여 10 만큼의 이익을 남긴다. 보통 계약 단위가 백만달러이므로 10원의 이익은 상당한 것이다. 또한 사이멕스는 오사카보다 훨씬 작은 시장이므로 사이멕스에서만 거래하는 로컬 트레이더는 니케이 지수를 느닷없이 올리거나 떨어뜨릴 수 있다. 같은 선물계약을 놓고 사이멕스의 가격과 오사카의 가격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즉, 도쿄지점의 딜러와 싱가폴지점의 딜러가 각각 니케이 선물거래의 중심인 오사카의 선물계약과 싱가폴지점의 선물계약의 시세를 2초마다 싱가폴의 시세를 교환하여 가격이 비슷할 경우 싱가폴지점의 딜러가 사이멕스에서만 계속사면 순간적으로 싱가폴시장의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 - 사이멕스가 더 시장이 작으므로 가능하다. - 즉 단 몇 초 사이에 오사카와 싱가폴 사이에 가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시세차이를 노리는 것이다.
- 선물과 옵션의 차익거래는 기술적으로는 리스크가 별로 없다. 다만 두 지점의 딜러가 연락하고 거래하는 과정이 빨라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리스크이다. 다른 은행들도 그렇게 하기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른 회사가 선수를 치면, 가격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불리한 가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데, 그 때는 이익이 아주 적거나 심지어 손실을 보기도 한다.
- 또한 사이멕스는 현장거래로 실매도자와 실매입자만 있다. 그러나 오사카 시장은 매도매수 신청이 스크린상에 입력되므로 시장이 엉뚱항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즉 스크린에다 임의로 매도매수 신청을 넣어 시장의 흐름을 조작할 수 있으므로, 사이멕스에서 실매매자들에 의해 형성되는 흐름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사이멕스의 딜러들은 오사카의 최신 가격은 알 수 있지만, 거래량은 알 수가 없다.
- 그러나 어떤 거래를 하든 반드시 에러는 발생한다. 수신호를 잘못 보고 엉뚱한 수량을 주문하거나 엉뚱한 가격에 사들인다든지, 가격지시를 분명히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실을 안 받았다든지, 9월물을 사라고 했는데 3월물을 샀다든지, 팔라고 했는데, 샀다든지 하는 온갖 실수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그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 고객은 은행을 믿고 매도매수 주문을 한 것이므로, 첫 번째 거래에 따라 다음 매매를 하게 된다. 만약 우리의 실수라면 그것을 시정하도록 노력하고, 시정할 수 없으면 그 에러를 에러계좌라는 별도의 컴퓨터 계좌에다 넣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 에러는 발생하는 손해 혹은 이익을 회사에서 부담하거나 챙기게 된다. 리슨이 선물거래를 시작할 때 99905라는 본사 주관의 에러 계좌가 있어서, 사소한 에러를 전부 이 계좌에 넣은 뒤 런던의 본사에 보고하였다. 일반적으로 에러가 발생하면 보통은 수치가 적으므로 손비로 인정되어 재무제표의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었다. 따라서 총이익에서 에러 계좌의 손비를 공제한 금액이 손익계산서 맨 밑에 기재되는 순이익이이다. 그런데 본사에서 싱가폴과 런던에서 왕복하면서 기재하면 너무 번거로워지므로 싱가폴지점에서 에러계좌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관리할 것을 요구하였다. 리슨은 88888이라는 에러 계좌를 만들었으나 본사에서 새 시스템을 들여왔으므로 별도의 에러계좌가 필요없어졌다고 통보하여 88888 에러계좌는 본사의 승인을 받은 공식적인 에러계좌로서 휴면계좌가 되어버렸다. 이 계좌는 후에 싱가폴지점의 손실을 은닉하는 은닉처로 쓰이게 된다.
* 니케이 225지수 (Nikkei 225 Index Futures) :
1975년부터 니혼 게이자이 신문사가 산출, 발표하는 가격가중평균 주가지수로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유동성이 높은 상위 225종목을 대상으로 산정된다.
* 계약건수는 주식의 기본 방식인 바스켓( basket : 여러 통화를 조합하여 합성통화단위를 만드는 것으로, 참가국의 통화 중 어느 것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통화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가 가 비교적 안정되는 이점이 있다. )방식의 변동치로부터 산출된다.
* 롱 포지션 : 앞으로 가격이 올라 나중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사들이는 입장
* 솟 포지션 :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팔려고 하는 입장
3) 1992년부터 1995년 까지의 거래내역
* 1992년 7월 17일 금요일
그날 거래를 마치고 거래전표를 맞춰보던 중 20계약건의 매도 전표가 계산이 맞지 않음을 발견했다. 부하직원이 결제한 거래로서 만약 에러라면 엄청난 액수였다. 선물계약 3월물 20계약을 사라는 고객의 주문을 팔아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측이 이를 변상해 주어야 하는데 시장은 오후 내내 오름세였으므로 베어링은 시장가 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그 20계약을 매도한 것이다. 고객에게 변상을 해주고 에러를 원상태로 돌리려면 40계약을 되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2만 파운드 이상의 손실로 런던 본사에 보고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컸다. 리슨은 이 손실을 88888계좌에 넣어 감추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일 뿐 근본적인 해결안이 될 수 없었다. 3일 후 시장이 200 포인트 올라감에 따라 손실은 6만 파운드로 늘어났다. 그후 1992년 말까지 약 30건의 에러를 88888에러계좌에 기재했다. 런던 본사의 에러계좌에 보고하는 에러도 있었으나, 88888계좌에는 주로 신규 트레이더들이 저지른 비교적 큰 실수를 넣었다.
* 1993년 1월 조지 서라는 닉의 부하직원은 15만 파운드에 달하는 실수를 하였다. 그의 실수는 엄청난 것이어서 본사에 신고한다면 조지는 당장 파면될 것이고 닉은 선물 팀의 지휘권을 박탈당할 형편이었다. 이번에도 닉은 이 손실을 88888 계좌에 넣었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그 가짜거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 보통 에러를 본사에 보고하면 손비로 처리하나 이번 에러는 너무 커서 보고할 수 없었고 시장이 계속 상승세를 타지 않는 한 실책을 감출 수 없었다. 둘째, 내부감사의 문제였다. 88888에러 계좌에 넣은 가짜 거래건수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있지만, 월말이면 베어링 본사의 경리부에서 자산과 부채를 모두 합산하여 베어링의 순자산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만약 월말 정산 때 본사 경리부에서 88888 계좌의 잔고를 검토하면, 승인이 안된 포지션이고 결제받은 다른 포지션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셋째, 사이멕스의 마진 콜(margin call) 이 문제였다. 이것은 가장 어려운 문제로서 사이멕스는 매일 증거금을 요구했다. 88888 계좌는 사이멕스 스크린 상에 베어링의 고객계좌로 나타나므로 시장의 변동에 따라 소정의 증거금을 요구해 올 것이었다. 베어링 고객들의 거래를 뒷받침하는 증거금은 런던 본사에서 직접 보내어 엔화로 결재했다. 그러나88888 계좌에는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그 금액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작은 에러에 손실의 경우에는 고객들의 유동자금을 이용하여 증거금을 지불하거나 커미션 수입금 중 일부를 전용하여 손실을 막기도 했지만 88888계좌에 있는 손실은 이미 너무 커졌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베어링 싱가폴지점은 이미 손실이 난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엔화가 필요했고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일일 변동증거금은 반드시 엔화로 결재해야 했다. ) 개시증거금을 내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했다.
◆ 닉의 해결책 :
옵션을 팔면 프리미엄을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옵션의 프리미엄은 엔화 결제이므로 그렇게 해서 엔화가 확보되면 88888계좌의 엔화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만일 88888 계좌를 0으로 줄여 그 부채를 잔고로 옮겨 놓고, 베어링 본사에서 잔고분에 대한 자금을 차변기재 ( 앞으로 받을돈 ) 조건으로 대준다면, 88888계좌의 포지션과 손실을 모두 굴려나갈 수 있게 된다. 즉, 대차대조표상에는 런던 본사의 송금액은 추후에 사이멕스로부터 받을 베어링의 돈으로 처리되며 베어링 본사는 그 돈이 언젠가 되돌려 받을 돈, 즉 자산이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88888계좌의 손실을 표면화 시키지 않은 채 계속 연장시킬 수 있다. 이렇게 장부의 잔고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 두가지 조치가 필요했다. 하나는 월말에 88888계좌의 손실분을 상쇄하기 위해 손실액만큼의 프리미엄을 확보할 목적으로 옵션을 파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익계산상의 잔고는 제로가 된다. 이 옵션의 가격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으므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었다. 후에 시장의 가격이 크게 변동하여 옵션의 행사를 요구하면 큰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선물의 증거금과 옵션의 증거금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런던 본사에 매일 자금을 요청해야 했다. 그래야 대차대조표상에서 달러화의 잔고를 맞출 수 있었다.
* 1993년 3월 26일
포지션을 계산해 보니 여전히 에러가 발생하고 있었다. 또 시장도 불리하게 움직여서 7만 파운드를 더 잃었다. 그래서 매도해야 할 옵션 수를 계산하여 50 계약을 스트래들거래* (콜옵션과 풋옵션의 판매 가격을 같게 책정하여 동시에 파는 전략)로 하여 매도 처리한 다음 그 거래를 88888계좌에 기입했다. 88888계좌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엔화로 결제되는 프리미엄이 필요했고, 당시 시장은 당분간 안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므로 스트래들 거래를 해서 생긴 프리미엄으로 88888 계좌의 잔고를 0으로 만들었다.
* 스트래들거래:
스트래들 거래에서 트레이더의 이익은 풋옵션과 콜옵션을 판매하여 받는 프리미엄이 전부이다. 만약 포지 션을 헷지하지 않는다면 잠재적 손실액은 무제한이 된다. 예를 들어 옵션만기일에 처음 옵션가격보다 시장 이 떨어졌다면 풋옵션을 산 투자자는 트레이더에게 옵션을 사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예측을 정확히 옵션 만기일에 옵션을 판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풋옵션이나 콜욥션을 판매하면서 양측에서 받은 프리미엄을 이익으로 가질 수 있다.
* 1992년 4월 말
거래는 점점 더 힘겨워졌고, 위험 부담은 커져갔다. 닉은 손실이 점점 많아져서 6백만 파운드로 베팅을 계속 두 배로 늘려가면서 언젠가는 다 갚으리라고 생각했다. 그의 투자 현황은 선물이 롱 포지션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선물을 사들인 경우)이고, 콜 옵션은 숏포지션(가격이 내릴 것을 예상하고 팔아버린 경우)였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장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여 완벽히 헷지가 되었다. 그리하여 리슨이 선물에서 올린 이익은 88888 계좌를 충당하기 위한 옵션 손실과 일치했고 7월에 들어서는 6백만 파운드의 손실을 상계하고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닉은 이제 88888 에러계좌를 이용하는 데 중독이 되어버렸다. 그는 대차대조표를 넘나들며 거래를 할 수 있는 트레이더는 전 세계에서 자신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 쓰이는지 묻지 않고 싱가폴로 돈을 보내주는 런던 본사도 문제였지만 네명의 상사들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는 나의 혼란스런 보고체계도 문제였다. 때문에 그는 보다 용이하게 손실을 감출 수 있었다.
* 전일 15 거래건의 선물계약건이 500이 사이멕스 수치와 맞지 않았고, 오전에 사이멕스는 베어링이 신고한 포지션에서 500계약건을 더 판 상태라고 알려 왔다. 사이멕스의 주장이 맞다면 재빨리 500계약건을 사들여서 포지션을 굳혀야 했다. 만일 사이멕스가 틀렸다면 틀렸다고 통보한 뒤 베어링의 포지션을 그대로 받아줄 것이므로 사이멕스가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시장은 1000포인트나 폭등했다. 오전에 500건의 포지션을 굳히지 않았기 때문에 약 170만 달러를 잃은 것이다. 지금까지 실수중의 최악이었다. 이는 88888 계좌에 감춰졌다. 이제 88888계좌에 감춰진 손실은 2천 3백만 파운드였다.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닉은 차츰 그 액수에 무감각해졌고 포지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시장이 급반등한 날은 5백만 파운드를 벌기도 또는 잃기도 했다. 손실이 크게 불어난 결정적 이유는 많은 프리미엄을 거둬들이기 위해 헷지 안 된 포지션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이 곧 반등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렸으나 시장은 자꾸 떨어졌고 그럴수록 더욱 베팅금액을 늘려가며 반등되기를 기다렸다. 즉, 그는 감추어 둔 포지션에 유리하게 시장이 움직이기를 희망했을 뿐,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 보고 싶은 대로만 ' 보았다. 투자의 최초 시점 -어떤 선물이나 옵션을 처음 매매할 때 -에는 시장을 예측한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해서 잡게 된 포지션은 두 번째 거래 때 부터는 이미 만들어진 포지션을 고려하게 된다. 시장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베팅 금액을 두 배로 늘린다. 이렇게 해서 한번에 본전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 1994년 3월
1993년 베어링의 회계보고서에는 베어링 그룹 전체 세전 순이익 1억 파운드중 아시아에서 올린 3천 5백만 파운드의 3분의 1인 1만 파운드를 싱가폴의 닉 리슨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94년 7월까지 베어링 싱가폴은 금융상품 그룹 전체에 배정된 목표이익액 5천만 파운드의 절반인 2천5백만 파운드의 이익을 실현했고 닉 리슨은 그룹의 스타가 되었다. 물론 에러계좌의 손실은 이 대차대조표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 1994년 7월 내부감사
◆ 내부감사시 문제점
- 감사관이 모든 계좌의 출력물을 보자고 한다면 88888계좌가 그대로 드러나므로 엄청난 손실이 발각될 것이다.
- 감사관이 월말 결산 대차대조표를 보자고 한다면 그달 내내 88888 계좌의 5천만 파운드 짜리 손실을 들키게 된다. 리슨은 고객과 베어링 명의의 거래를 보증하기 위한 증거금으로 런던에서 송금받은 돈의 절반 가량을 88888 계좌의 손실 포지션을 떠받치는 증거금으로 사용했으므로 대차대조표 상에서 보유현금이 부족했다.
◆ 대처
베어링 그룹과 고객들은 베어링증권 도쿄지점과 베어링증권 런던 본사를 통해 1억 1천만 파운드를 거래대금으로 예치했다. 런던과 도쿄는 이 자금을 싱가폴의 시티뱅크 계좌로 1억 1천만 파운드를 받아 그 중 6천만 파운드는 사이멕스에 선물 증거금으로 예치했고, 나머지 5천만 파운드는 시티뱅크에 현금으로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금으로 보관되어야 할 5천만 파운드를 꺼내서 88888계좌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써 버렸기 때문에 그 계좌에는 현금이 하나도 없었다. 리슨은 베어링측 자료의 시티뱅크 난에다 현금이 있는 것처럼 허위 기재를 하고 88888계좌에 손실이 날 때마다 런던에서 보내오는 돈으로 막고, 없어진 돈은 시티 뱅크에 예금한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 즉 시티뱅크에는 한 푼도 없으면서 계속 예금 잔고가 올라간 것처럼 서류를 허위 작성한 것이다.
◆ 문제점
대차대조표상의 문제는 1억 1천만 파운드의 고객 자금은 사실 바닥이 났다는 것이다. 6천만 파운드는 사이멕스에 증거금으로 넣어졌고, 나머지 5천만 파운드는 88888 계좌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썼으므로 회수 불가능한 돈이었다.
◆ 감사결과
- 감사관들은 사무소장인 닉 리슨이 선물거래를 지휘하는 한편, 거래의 결제와 기록도 확인하고 있어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조직 운영을 바꿔야 한다고는 주장하지는 않았다. 어떤 기업에서도 한 관리자에게 이렇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는 것을 리슨은 알고 있었다.
- 감사보고서의 결론에는 베어링 퓨쳐스 싱가폴의 선물거래는 많은 이익을 내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사이멕스의 규정을 위반하거나 한도를 초과한 포지션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은 없다고 쓰여졌다.
◆ 감사관이 정한 베어링 퓨쳐스 싱가폴의 일일 포지션 한도액
니케이 225 선물 200건
일본국채 선물 100건
유러엔 선물 500건
◆ 1994년 9월 초 닉 리슨이 유지했던 포지션
니케이 225 선물 5,000건
일본국채선물 2,000건
유러엔 선물 1,000건
기타 20,000
* 1994년 9월
7월 감사당시 5천만 파운드였던 손실액이 8천만 파운드로 증가하였다. 또하나의 문제는 리슨이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 1년 내내 옵션을 팔아왔기 때문에 옵선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옵션의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중 가장 큰 것은 시장의 유동성이다. 사자세와 팔자세가 많고 시장 가격이 아주 불안정하다면, 옵션은 상당히 인기있는 품목이 된다. 왜냐하면 현물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돈을 묶어두는 것보다는 옵션을 사두는 것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즉 다양한 가격 변동폭을 이용하여 이익을 낼 수도 있고 아니면 에러의 변동 폭을 넓게 잡아 헷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의 전문가들은 과거의 변동폭을 감안하여 백분율로 표시하는 시장의 유동성을 측정하는 공식을 만들었는데, 니케이 225 지수 시장에서는 보통 유동성이 35-45%였다. 1993년 말 리슨이 처음 옵션을 판매할 때 유동성은 40% 였으나, 리슨이 계속 손실액을 회전시키기 위해 옵션을 팔았기 때문에 유동성은 자꾸 내려갔고 옵션가격도 계속 내려갔다. 그리고 88888계좌를 0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옵션을 팔지 않으며 안되었다.
* 1994년 10월
니케이 225옵션의 유동성은 10%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많은 딜러들이 포지션을 팔아 손실을 축소시켰고 가격은 떨어졌다. 이것은 곧 옵션 프리미엄의 폭락을 의미했다. 88888계좌를 0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수백만 파운드를 마련하려면 수천건의 옵션을 팔아야 했으나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리슨은 더 이상 옵션을 팔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몰렸다. 19,000 대로 판매한 스트래들 옵션의 이상적인 가격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선물을 계속 사들여서 가격을 유지시켜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했는데 옵션판매에서 나오는 프리미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이 감춰진 에러 계좌의 손실이 있긴 했지만 리슨은 상부에서 요구한 2백만 파운드의 이익을 거의 달성하였다.
* 1994년 11월
리슨은 선물주식과 국채 양쪽에서 약 2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손해를 냈다. 연말 전에 88888계좌를 비우려고 엄청난 물량을 사들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다. 이 손해는 사흘만에 5천만 파운드로 불어났다.
* 1994년 12월
베어링 그룹 전체회의에서는 베어링 싱가폴지점이 2천 8백만 파운드의 이익을 올렸다는 발표하며 이 지점을 높이 평가 하였다. 그러나 1억 7천만 파운드의 총손실과 이 늘어난 88888 에러계좌의 손실은 이제 77억 8천만 엔으로 여전히 감춰져 있었다. 옵션을 더 이상 팔 수 없었기 때문에 77억 8천만 엔이 부족했다. 닉은 변동증거금이라는 구실로 런던 본사를 속여 송금받은 돈 중에서 77억 8천만 엔을 사이멕스에 냈다. 대차대조표상에는 당연히 77억 8천만 엔이 모자랐다. 이 손실은 옵션판매에 의한 것처럼 허위거래를 기재함으로써 77억 8천만 엔의 손실을 0으로 하여 본사에 보고하고 사이멕스에 보고할 때는 허위거래 기입전 보고서를 사용했다. 베어링이 77억 8천만 엔을 받을 돈인것처럼 이중장부를 만든 것이다.
* 1995년 1월 8일
리슨이 본사에 요구하는 송금액이 나날이 커졌고 이런 요구는 계속 받아들여졌다. 본사에서는 그 돈으로 더 많은 이익을 벌어주리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 1월 18일 수요일
고베에서 지진 발생. 전 세계시장이 폭락했고 리슨의 선물 포지션도 약 5천만 파운드의 손실을 보고 있었으나 그는 이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것이라 믿었다. 며칠 후 시장이 지진 발생 전 지수에서 200 포인트 하락한 선에서 안정되는 것을 보고 3월물 선물 10,000계약을 사들였다. 이것은 이제까지 중에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옵션 포지션을 떠받치는 적정가격까지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 가격이 싸다는 판단에서 였다.
* 1월 23일 갑자기 매도주문이 쏟아지면서 삽시간에 1000 포인트가 하락했고 사겠다는 세력이 없었다. 이날의 지수폭락으로 옵션에서만 70억 엔, 미화로 7천만 달러, 파운드로는 5천만을 잃었다. 2년 간의 사기극이 폭로될 시간이 다가왔다.
* 1995년 1월 - 1994년 외부감사
리슨은 제 3자로부터 받을 금액인 것처럼 꾸민 77억 8천만 엔의 내역을 베어링이 중개한 모 회사와 모 은행간의 니케이 옵션거래에서 만기일인 12월 30일을 12월 03일로 잘못 입력하여 베어링측이 03일에 대금을 지불하여 발생한 미수금인 것으로 설명하고 30일에 대금을 돌려 받을 확인이 되어 있다며 원본서명이 있는 위조한 문서를 제시하였다. 또 시티뱅크의 고객구좌에서 77억 8천만 엔을 빼서 베어링명의 계좌로 이체시킨 후 그 금액이 입금되었다는 시티뱅크의 입금표를 받은 후 다시 돌려놓는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감사보고에는 사무착오와 경리상의 실수로 처리되었고 외부감사에 무사히 통과했다. 거래만 잘하면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계속 거래를 했고 그러면서 더 많은 손해를 입었다. 그래서 월말마다 손실을 숨겼고 그 손실액을 앞으로 회전 시켰다. 손실의 결산을 자꾸 뒤로 미루면서 거래를 잘해 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그의 상사들은 자신들이 선물과 옵션에서 잘 모른다는 인상을 줄까 두려워 리슨에게 일일이 묻지 않았다.
* 1995년 2월 6일
리슨은 2월 첫 주 하루만에 1천5백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이제 총 손실액은 2억 파운드였지만 시장이 고베 대지진의 충격을 흡수했고 시세는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서 시장이 호전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한 옵션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 물량으로 시장을 움직여야 했다. 이제 본사에서는 그의 포지션을 줄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이멕스 사상 유례없는 일본국채 1만 계약건을 손실을 피하기 위해 팔고 니케이 25,000 계약건을 사들여 포지션을 55,000건으로 늘렸다. 가격이 떨어지는 니케이 시장은 떠받쳐주고, 가격이 올라가는 일본국채시장은 손해를 보고 팔았기 때문에 그 손실액은 전부 88888 계좌에 숨겼다. 그러나 송금은 숨길 수 없었으므로 본사에 2월 10일 까지 이미 1억달러를 받은 것이외에 또다시 4천 5백만 달러를 요구했다. 2월 중순 리슨이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3억 파운드로 베어링은행의 전체 납입 자본금이 4억 7천만 파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한 일이었다.
* 1995년 2월 13일 88888 계좌가 드러나 2월 24일 그는 부인과 함께 도주했고 2월 27일 베어링은행은 도산했다.
4) 베어링은행 사건의 교훈
① 경영진은 자신이 관리하는 영업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금융산업은 지리적으로 분산되며 급격한 상품혁신이 일어나고 새로운 기술 및 통신시스템이 끊임없이 개발됨으로써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환경을 적극적으로 경영해야 한다. 베어링 사건의 경우 최고 경영진이 회사의 모든 중요 영업활동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상품담당경영진은 관련거래활동의 모든 면에 세부적인 내용 즉, 상품의 리스크 및 수익,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통제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② 각 영업활동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고 전달하여야 한다.
③ 명확한 직무분리는 효과적인 통제시스템에 필수적이다.
베어링 은행의 파산이 주는 교훈 중 가장 뚜렷한 것은 기관은 일선부서(Front office)와 후선부서(Back office) 기능에 대한 책임을 분리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립될 수 없는 직무의 분리가 이루어지짖 않는 상황에서는 이에 수반하는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한 별도의 통제장치가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후선부서 직원은 거래담당자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조직은 후선부서 직원이 상위경영진의 승인에 의해서만 예외적인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지침 및 절차를 공식화해야 한다.
④ 모든 영업활동에 대해 독립적인 리스크관리를 포함한 관련 내부통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베어링 런던 본사는 지급목적이 부적절한 리슨의 송금요구에 대해 고객에 대한 선도금과 사이멕스에 대한 거래증거금 요구사이의 차이를 분석할 수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자금지원을 해 주었기 때문에 리슨은 투기거래를 할 수 있었다. 이는 청산부분에 심각한 통제상의 취약점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⑤ 최고경영진과 감사위원회는 내부감사 등에 의하여 인지된 중대한 취약점이 신속히 해소되도록 해야한다. 내부감사는 영업규모, 영업리스크, 영업의 복잡성 또는 영업의 지역적 분산이 클수록 관련 시장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내부감사를 해야 한다. 내부감사는 외부감사자와 그 업무를 조정하고 중요한 적출사항을 외부감사자에게 알려 주어야 하며 회장, 최고경영책임자 및 감사위원회 의장에 대해 제한없는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내부감사는 중요성에 있어서 조직에서 다른 업무와 동등한 위치를 가져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내부감사기능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책임이 있다.
베어링의 경우 1994년 10월 직무분리를 위해 리슨의 후선부서담당을 해제해야한다고 권고하였으나 리슨과 그의 상관이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파산때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이는 권고사항의 이행시한 및 이행책임자의 지명 등 내부감사의 권고사항을 확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였음을 의미한다. 내부감사는 계획에 따라 권고사항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사후관리하여야 하며 이러한 사후관리는 감사위원회에 대한 보고서의 통상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